“미국에서 인기 없는데”… 한국에선 없어서 못 먹는 ‘이 해산물’ 정체

한국에서 인기있는 해산물인 오징어

봄바람이 불어오면 입맛부터 달라진다. 따뜻한 날씨에 식욕도 살아나고, 자연스레 뭔가 쫄깃하고 감칠맛 나는 음식이 떠오른다. 이맘 때 사람들의 장바구니에 자주 담기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해산물이다. 특히 오징어는 시장에 풀리기 무섭게 팔려 나가는 인기 메뉴다. 하지만 믿기 어려운 사실 하나가 있다. 맛있는 오징어가 미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외면하는 식재료라는 것이다.

미국에서 오징어는 왜 외면받을까?

미국 식탁에서 오징어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일부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는 칼라마리(튀김 형태)로 제공되기도 하지만, 일상적인 소비는 거의 없다.
미국 내에서는 오징어를 ‘고무 씹는 것 같다’거나, ‘기괴한 모양의 생물’ 정도로 인식하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미국 대형 마트에서는 오징어가 ‘낚시 미끼용’으로 분류된 채 냉동 코너에 있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인식은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다. 날것을 먹는 문화가 거의 없고, 내장 처리된 생선 외의 해산물에 거부감이 있기 때문이다. 텍스처에 민감한 미국 소비자들은 쫄깃한 식감을 불쾌하게 느끼기도 한다.

미국에서 대중적이지 않은 해산물, 오징어 사진
그릇에 담긴 오징어 / 사진=Shutterstock

한국에서는 왜 오징어가 사랑받을까?

반면 한국에서 오징어는 가장 사랑받는 해산물 중 하나다. 오징어는 많은 요리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된다.
오징어로 만든 대표적인 음식은 오징어볶음, 오징어튀김, 오징어순대, 오징어채, 오징어회 등이 있다. 굽고 찌고 튀기고 무치는 모든 방식에 오징어가 사용된다.
특히 마른 오징어는 술안주로 인기가 높고, 제철 생오징어는 회 센터에서 단골 인기 메뉴다.

최근엔 오징어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가격도 크게 올랐다. 한 온라인 유통업체에서는 국산 생오징어 한 마리에 6,900원~8,000원에 판매되며, 지역에 따라선 1만원을 넘기도 한다. 수입산 냉동 오징어의 소비도 증가하고 있다.

오징어는 고단백 저지방 식품으로, 다이어트나 단백질 보충용 식단으로도 주목받는다. 또한 타우린이 풍부해 피로 해소와 간 기능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씹을수록 감칠맛이 도는 특유의 풍미도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는다.

술안주인 반건조 오징어
반건조 오징어 꼬치 / 사진=Shutterstock

전 세계는 지금 오징어에 주목 중

이러한 한국의 소비 패턴이 알려지면서, 최근엔 오징어에 대한 글로벌 인식도 변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푸드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한국식 오징어 요리’를 소개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고,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는 ‘마른 오징어 처음 먹어본 외국인’ 콘텐츠가 다수 등장했다. 일부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한국식 오징어튀김을 응용한 메뉴를 선보이기도 한다.

또한 전 세계적인 단백질 공급원 다변화 움직임 속에서, 지속 가능성이 높은 오징어가 대체 육류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양식이 어려운 만큼 자연산 자원으로서의 가치가 크고, 바다 생태계 순환을 해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해산물

결국 미국에서 오징어가 외면받는 건 맛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의 차이다.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멀리하던 음식이, 한국에서는 가장 사랑받는 식재료 중 하나다.
최근 들어서는 미국 내 아시안 마켓에서도 오징어 가공식품 판매가 늘고 있다. 소비자들의 경험이 늘수록 인식은 바뀌고, 언젠가는 한국처럼 대중적인 재료가 될지도 모른다.

우리에겐 너무 익숙한 오징어지만, 한 번쯤은 다시 보게 된다. 왜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요리되는지, 왜 오랜 세월 사랑받아 왔는지. 문화가 다르면 맛도 다르다지만, 그만큼 음식의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오늘 저녁 메뉴가 고민된다면, 다시 오징어를 떠올려보자. 볶고 튀기고 무쳐도 좋고, 그냥 마른 오징어 한 줄이면 맥주 한 잔이 완성된다. 한국인의 식탁 위 오징어는 단순한 해산물이 아니다. 그건 ‘맛’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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